경제이야기

건축비 상승 요인

정성연 2014. 2. 21. 10:07

[요인 1] 완벽하지 못한 설계

 

일반 단독주택의 건축 관행은 설계 상세도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설령 상세도가 있더라도 그것이 현장에서 그대로 지켜지는 예는 매우 드물다. ‘설계 따로, 시공 따로’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설계자는 살아 있는 도면을 그리지 못하고, 시공기술자는 그동안의 편리와 시공관행에 익숙해져 도면 대로 시공하지 않는다. 설계사무실이든 시공사든 제시한 설계도가 건축주의 기대만큼 완벽하지 못한 경우, 잦은 설계 변경으로 공사기간의 지연 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시공비와 자재비의 상승을 불러오게 된다. 그러다보면 추가비용을 두고 건축주와 시공사 간 마찰이 생긴다. 설계 기간을 최대한 충분하게 두고 사전에 면밀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

  1. 단순한 평면일수록 공사비가 적게 든다. 평면이 복잡할수록 공간 활용도가 떨어지고 외벽의 길이가 늘어나는데, 이는 그만큼 많은 재료와 인건비가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그와 더불어 벽 모서리들이 많아지고 지붕형태가 복잡해지므로 단순한 형태의 건물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고 하자의 소지도 훨씬 높다. 

 

 

[요인 2] 번복된 작업과 의사 결정 지연

 

가족 구성원들 간의 의견 불일치로 하던 공사를 다시 뜯고 재시공하는 경우가 많다. 남편과 아내의 의견 차이로 안방 창 크기가 주말마다 번복되는 웃지 못할 경우도 있다. 공사 중이라도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면 약간의 변경은 있을 수 있겠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큰 낭비가 된다. 일당 15만원을 받는 목수 한명의 일급은 숙식비를 합하면 18만원 정도. 일일 8시간 작업한다고 했을 때 시간당 2만2천5백원인데, 만약 5명이 일하는 현장에서 의사결정 지연으로 작업을 중지하고 대기한다면 시간당 11만2천5백원의 손실이 생기는 셈이다. 이런 일은 현장에서 빈번히 발생한다. 만약, 했던 작업이 변경되어 재작업하는 경우라면 시공에 낭비한 시간 + 철거하는 시간 + 재시공하는 시간이 누적되어 3배의 손실이 발생한다. 아울러, 잦은 변경으로 인한 자재 반송 및 신규 반입 과정에서의 손실, 운임 중복 지출, 새로운 대체 자재를 찾기 위한 시간 낭비, 특정일 작업일정에 맞추어 대기하던 시공팀들 간의 혼란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손실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러한 비용들로 인한 시간적·금전적 손실누적이 커지면 시공자는 정작 신경써야 할 중요한 공정을 소홀히 하거나 건너뛰게 되어 결국 건축주의 피해로 남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1. 처음 정해진 설계안대로 변경 없이 진행되어 작업 중단이나 변경, 착오로 인한 재시공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재와 공법 선정단계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작업자들의 대기시간을 단축하는 시간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시공자와 건축주의 사전 의견조율과 합의가 우선되어야 하는데, 건축비라는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상황에서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상호 신뢰와 쌍방간의 배려가 반드시 필요하다. 설계자와 시공자, 가족구성원들의 의견 조율도 설계단계에서 모두 마쳐 공사 중 변경을 최소화한다.

 

 

 

[요인 3] 실속 없는 과시용 외장재

 

애초에 건축주들은 한결같이 ‘나는 복잡하게 꾸미지 않고 저렴하게 지을 생각’이라고 말을 하지만, 실제로 고르는 마감재의 수준을 보면 높은 기대치를 포기하지 못한다. 평생 한번 짓는 집인데 ‘기왕이면 조금 더’가 쌓여 어느새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늘어나는 예를 자주 본다. 집을 과시용으로 꾸미고 싶어하는 허영심이 강할수록, 건축비는 고무줄처럼 늘어난다.

  1. 외관에 치중하여 너무 많은 종류의 외장재를 사용하면 각 재료간의 이질성으로 인하여 하자 발생의 소지가 높고, 외장재 시공 면적 대비 자재비, 인건비가 증가하게 된다. 또한 결과적으로 주택의 유지 및 보수에 보다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게 된다. 그러므로 내구연한에 따른 유지ㆍ보수가 용이한 외장재를 선택하고 공사 경험이 많은 시공사의 의견도 청취하여, 보다 나은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요인 4] 추가 공사비에 대한 다른 이해

 

견적서(내역서)와 실제 시공되는 내역이 다르다며 건축업자와 건축주가 현장에서 언성을 높이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건축주 입장에서는 시공사에서 제시하는 단위면적별(㎡) 공사비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알고 있다가 생각지도 못한 추가비용에 당황하는 것이다. 대개 시공사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공통적으로 기본 견적에서 제외되는 ‘별도품목’이 있다. 건축주는 이를 여러 가지 선택사양과 관련한 공사로만 알고 있는데 엄밀히 말하자면 건축공사 이외에 행해지는 모든 부대공사를 일컫는다. 가구공사, 정화조, 각종 인입, 조경공사, 대문 및 담장공사, 부지조성 및 토목공사 등이 있으며 일반적으로 건축비 예산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 사전에 시공사에 별도품목을 확인하고 예상 비용에 관하여 별도의 견적서를 받는 게 좋다. 공사진행 도중에 별도품목에 관하여 협의를 하게 되면 시공사측에서 보다 높은 공사비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고 건축주 입장에선 비싸도 원만한 마무리를 위하여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요구에 응해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건축주는 상담 및 설계 시 마감 사양에 대한 구체적인 의사 표현을 해야 하고 시공사는 이를 바탕으로 상세한 견적서를 건축주에게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견적서는 공정별로 작성하되 제품명, 수량, 규격 등이 정확하게 기재되고 재료비, 시공비, 경비 등으로 자세히 나누어 명기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마감재의 교체 및 재시공 등으로 인해 불필요한 건축비가 들거나, 시공사와의 분쟁으로 즐거워야 될 집짓기가 아픔과 상처로 얼룩질 수 있다.

 

 

 

[요인 5] 직영 공사와 반축 공사, 일괄계약 공사의 허와 실

 

골조, 반축, 완축은 시공업계에서 자체적으로 생긴 말이다. 골조나 반축 공사는 건축주가 현장소장 역할을 하며 직영으로 공사할 때 주로 활용된다. 최근 대규모건설현장에서 사용되는 CM(Construction Management)이란 영역이 주택 건축 분야에도 적용되고 있는데, 이는 건축주 곁에서 설계부터 시공까지 전체 공정의 매니저 역할을 담당하는 전문가를 말한다. 이들은 전부 건축비 절감이란 공통적인 목표를 갖고 있다. 그러나, 실제 건축에 초보인 일반인이 직영 공사를 감당하기란 쉽지 않다.

 

직영 공사의 허와 실
 

설계, 토목, 기초, 골조, 전기, 설비, 외장, 지붕, 타일, 도배, 바닥재 등 여러 시공팀이 관련되어 있으므로 공정의 선후를 조율하고 팀 별로 매끄럽게 일의 순위를 정하는 일이 중요하다. 기술자들만큼 실무를 잘 알지 못하면 통솔이 쉽지 않아 예상한 건축비보다 비용이 더 들어갈 수 있으며 하자보수, 공사 도중 안전사고의 책임이 모두 건축주에게 있다. 또한 지붕, 벽체와 외부마감, 창호 등이 따로 놀아 집 전체의 조화와 통일성이 떨어지는 어색한 집이 될 수 있으므로, 집 전체의 느낌은 살리고 실용성을 높일 수 있는 자재 선택 안목이 있어야 할 것이다.

 

반축 공사의 허와 실
 

반축 주택의 골조와 외장 부분(지붕과 외벽)까지 시공하는 것으로, 내부 배관 및 전기선 등은 설치하지 않는 형태다. 최근 건축학교를 직접 수료한 건축주들이 반축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몇몇 시공사에서는 획기적인 공사비 절감이라는 명목을 앞세워 건축주에게 반축 공사를 권유한다. 건축주 입장에서 볼 땐 마치 그 돈이면 집 한 채를 뚝딱 지을 수 있을 것처럼 착각하기 쉽다. 물론 반축 공사를 잘 활용하면 공사비도 절감하고 내 손으로 직접 집을 짓는다는 보람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나머지 공정을 해결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자재상과 설비업체, 내장업체 등에 대한 정보가 빈약하고 이들 공정을 지휘하는 데 무리가 따른다면, 어떤 경우에는 완축보다 공사비가 더 들 수 있다. 건축에 관한 경험과 시간적 여유가 없고, 후속 공정에 관해 주위의 도움을 받을 길이 없다면 그리 권할 만한 사항은 아니다.

 

일괄 계약 공사의 허와 실
 

국내의 모든 건설공사는 그것이 대형시공사(종합건설 등)에서 소규모 개인업자에 이르기까지 파트별(목수, 철근, 설비, 전기 등) 하청기술자와의 하도급계약으로 재배분된 후, 릴레이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는 심지어 시공사 사장일지라도 쉽게 통제하지 못하는 게 현 실정이다. 일단 시공이 시작되면 인정상 되돌리기가 쉽지 않으며, 특히 시공비가 정해진 상황에서 조금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쉽게 뜯어 낼 수도 없다. 현장소장이 감리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현실은 회사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입장일 뿐이다. 시작된 공사에 문제가 있든 없든 건축주는 약속한 시공비를 공정에 맞춰 내놓을 수밖에 없다. 주택에서 반품얘기를 한번도 들어 본적이 없는 것이 결코 시공사들이 집을 잘 지어서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공사중단을 생각할 수밖에 없지만 결국 그 피해도 건축주에게 돌아간다. 시공은 회사나 관리자의 문제가 아니라 시공 기술자가 어떤 자질과 기술을 갖고 있느냐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