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중견기업, 비결은 '기술·중국·M&A'
[166개 기업 작년 매출·영업이익 10% 이상 성장.. 성공 요인은] - 기술력 바탕 소비재기업 약진 화장품 일정량 나오는 용기 개발.. 연우, 작년 영업이익 55% 급증 - 해외시장 적극 공략 화장품 ODM업체 코스맥스, 색조제품 등 中 매출 64% 증가 - 사업 다각화 청바지·아동복 업체 인수 힘입어 한세실업 母회사 매출 2兆 돌파조선비즈 김진 기자 입력 2016.04.14. 03:16
중견 화장품 기업인 한국콜마는 작년에 매출 1조원(연결기준)을 넘었다. 한국콜마는 로레알·아모레퍼시픽과 같은 유명 회사에 제품을 납품하는 ODM(제조자개발생산) 전문기업. 작년에 독자적으로 개발한 화장품 'AHC 더 리얼 아이크림 포 페이스'가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이 제품은 '눈에만 바르던 비싼 아이크림을 얼굴 전체에 바른다'는 게 콘셉트였다. 주부들 사이에서 소문이 나면서 이 제품을 판매한 카버코리아의 매출은 2014년보다 3배나 급증했다. 작년 140명을 채용했던 한국콜마는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연구개발 인력 채용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콜마 윤동한 회장은 "지난달 서울시 내곡동에 8000여㎡의 부지를 샀다"며 "이곳에 지방 14개 연구소를 합친 통합 연구소를 만들고, 우수한 연구 인력을 뽑아 더 좋은 신제품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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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함께 '2015년 실적'을 공시한 중견기업 972곳을 분석한 결과, 166개 중견기업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10% 넘게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17%에 달하는 수치다. 작년엔 일부 대기업마저 매출이 축소되는 최악의 불황이 닥쳤지만, 강한 중견기업은 오히려 약진한 것이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부품 업체(18개)와 반도체 관련 장비(13)가 가장 많았다. 하지만 제약업체(13)와 화장품업체(7), 가구와 같은 내구소비재기업(7)들의 성장이 눈에 띄었다. 건설업종(11), 자산관리 등 상업서비스(7), 휴대폰 부품(7) 업체도 많았다. 이번 조사는 매출액 1000억원 이상 5조원 미만의 중견기업 972곳을 분석했다. 대기업 계열사는 제외했다.
◇화장품·가구 등 소비재 약진
이번 조사 결과, 한국의 기존 주력 업종인 반도체·휴대폰·자동차 부품 외에도 '소비재' 기업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화장품 회사에 제품 용기를 파는 연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는 작년에 영업이익이 55% 급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연우는 화장품을 짤 때 항상 일정량만 나오도록 해 주는 용기를 독자 개발해 '샤넬' 등 글로벌 화장품 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편의점업체 BGF리테일은 '백종원 도시락' 등 PB(자체 브랜드) 상품이, 완구업체 손오공은 변신 자동차 '터닝메카드'가, 크라운제과는 자회사인 해태제과에서 '허니버터칩'이 인기를 끌며 작년 실적을 견인했다. 국내 1위 가구업체 한샘은 국내 진출한 세계 1위 가구업체 이케아와 경쟁하면서 오히려 영업이익이 33%나 늘었다. 이케아의 공세에 맞서 공장 자동화를 통한 원가 절감을 철저하게 추진한 전략이 성공한 것이다.
패션 부문에서는 의류업체 F&F가 아웃도어 침체기에도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이란 새로운 브랜드를 성공시켜 지난해 영업이익이 55% 급증했다. 매출·영업이익 동반 성장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의류업체 신성통상, 보일러업체 경동나비엔, 밥솥업체 쿠쿠전자도 대표적인 소비재 기업이다.
◇중국·베트남·중동 등 해외 시장 공략 주효
중국과 베트남, 중동 등 신흥 시장 공략으로 실적을 견인한 곳도 많다. 화장품 ODM 업체 코스맥스는 지난해 매출이 37% 증가했다. 늘어난 매출의 대부분이 중국에서 나왔다. 지난해 중국에서 올린 매출이 2025억원으로 전년 대비 64% 급증했다.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은 "중국에서 '색조' 화장품이 인기를 끌었다"며 "올해는 미국 공장을 본격 가동해 세계 1위 화장품 ODM 업체로 발돋움하겠다"고 말했다.
임플란트(인공 치아) 업체인 오스템임플란트는 중국에서 고령화로 인공치아 시술이 증가하면서 매년 가파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최대 목재기업 동화기업은 베트남에서 가구용 목재 판매 호조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전자부품 제조업체 크루셜텍은 중국 1위 스마트폰 제조사인 화웨이 등에 지문 인식 관련 부품을 대량으로 수출했다. 외국인이 물건을 사면 공항에서 세금을 돌려주는 사후면세점 전문기업 엘아이에스도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이 늘면서 매출이 3배나 늘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글로벌 제약사에 총 8조원 규모의 기술 수출을 성사시키며 영업이익이 515%나 급증했다.
◇인수·합병으로 사업 다각화 나서
지난해 영업이익이 53% 늘어난 의류업체 한세실업은 청바지 업체 '에프알제이', 아동복 업체 '드림스코'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사업 영역을 넓혔다. 한세실업은 일본 유니클로 등에 의류를 납품한다. 한세실업의 모(母)회사인 한세예스24홀딩스는 자회사의 실적 덕택에 작년 처음으로 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공업용 다이아몬드 제조업체 일진다이아는 태양광 원료를 자르는 '다이아몬드 와이어' 등 신규 사업에서 120% 이상의 성장세를 나타냈다. 고려대 이만우 경영학과 교수는 "대기업마저 힘들어하는 불황 속에서 중견기업들의 약진이 더 두드러진다"면서 "중견기업들이 잘될수록 우리 산업의 경쟁력이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이스X 로켓 해상 회수 성공 뒤엔 한국 위성통신 장비 기술력 있었다
입력 : 2016.04.12 10:28 | 수정 : 2016.04.12 15:36
머스크의 역사적인 실험을 성공으로 이끈 핵심 기술은 무인선에 안전하게 착륙하도록 로켓 구조를 설계하고 흔들리는 바다 위에 떠있는 무인선을 세밀하게 컨트롤하는 것이다. 스페이스X가 1단 로켓 해상 착륙 회수에 4번이나 실패한 것은 로켓이 무인선에 착륙할 때 너무 빨리 떨어져 충격을 받거나 무인선이 균형을 잡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중 흔들리는 바다 위에서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을 보이는 무인선을 정확하게 컨트롤하는 데 필요한 위성 통신 안테나 장비를 한국의 기술기업이 제공해 주목받고 있다. 특수 위성통신 안테나 전문기업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이하 인텔리안)는 스페이스X의 1단 로켓 해상 착륙 무인선에 자체 개발한 위성통신 안테나 ‘V100(사진)’을 제공했다고 12일 밝혔다.
지상에서 데이터 통신을 할 때는 기지국과 중계기가 무선신호를 중계하는 역할을 한다. 바다 위에서는 지구 정지궤도에 있는 통신위성의 신호를 받는 위성통신 안테나가 필요하다. 위성통신 안테나가 지상의 기지국을 대체하는 셈이다.
지구 정지궤도는 고도 약 3만6000km 상공을 말한다. 이 곳에 인공위성을 띄우면 인공위성의 공전주기가 지구의 자전주기와 같아서 지구상에서 보았을 때 항상 같은 곳에 정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끊김 없는 서비스가 필요한 통신위성이나 방송위성, 기상위성 등이 지구 정지궤도를 이용한다.
그러나 파도나 조류에 따라 쉴새 없이 움직이는 바다 위에 떠있는 선박과 통신하는 건 육지 처럼 간단치 않다. 통신위성은 가만히 있는데 선박에 있는 위성 통신 장비가 파도에 따라 출렁이면 위성 통신 신호 트래킹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 정지궤도상에는 각국이 쏘아올린 통신위성이 워낙 촘촘하게 떠 있어 통신위성간 간섭신호를 걸러내는 것도 중요하다.
- ▲ 스페이스X가 1단 로켓 해상 회수에 활용한 무인선. 축구장 만한 크기의 무인선 왼쪽에 있는 둥근 흰색 물체가 인텔리안이 제공한 위성통신 안테나 V100 모델이다./인텔리안 제공
◆ 스페이스X가 선택한 한국기업 ‘인텔리안’...해상 통신 난제 기술력으로 해결
스페이스X가 1단 로켓을 바다 위 무인선에 온전히 착륙시키기 위해서는 무인선을 정밀하게 컨트롤해야 한다. 1단 로켓의 예상 낙하 지점은 바람이나 로켓 분리 시점에 따라 미묘하게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선박 위에서도 위성통신 신호를 잃어버리지 않아야 실시간으로 무인선을 조정할 수 있다.
인텔리안의 안테나 장비를 스페이스X가 선택한 것은 인텔리안의 기술력 때문이다. 인텔리안은 스페이스X의 눈높이에 맞는 위성통신 안테나 설계기술과 출렁대는 선박 위에서도 안테나 방향과 위치를 유연하게 제어할 수 있는 ‘자세제어 로봇’ 기술을 안테나 내부에 탑재했다.
그 중 핵심은 움직이는 선박에서도 안정적으로 위성 신호를 트래킹할 수 있는 자세제어 로봇 기술이다. X와 Y, Z축의 3축으로 구조를 설계해 배의 움직임을 포착해 위성 신호가 끊이지 않게 안테나 방향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다.
안테나를 보호하는 뚜껑 형태인 ‘레이돔’ 기술도 개발했다. 외부 충격에서 안테나를 보호하고 위성통신을 하는 데 필요한 통신 신호가 유실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우박이나 비, 바람 등으로부터 안테나를 보호할 수도 있다.
성상엽 인텔리안 대표는 “2004년부터 선박, 항공용 위성통신 안테나 기술을 개발해 온 역량을 스페이스X가 높게 평가했다”며 “향후 선박용 위성통신 장비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 ▲ 스페이스X가 우주 로켓 ‘팰컨9’의 1단 로켓을 안정적으로 무인선에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다./스페이스X 제공
한편 스페이스X가 육지가 아닌 바다 위를 1단 로켓 회수 장소로 선택한 것은 1단 로켓이 다시 지상으로 떨어지는 데 필요한 연료를 아끼기 위해서다. 우주로켓은 예측하지 못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바다 쪽 하늘로 발사되는데 이를 다시 육상으로 돌아오게 하려면 보다 많은 연료가 필요하다. 머스크는 로켓을 회수해 재활용하면 기존의 우주 발사 비용 6000만달러의 10분의 1로도 우주로켓을 발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