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불나무는 아무 데서나 흔히 만날 수 있는 나무는 아니다. 그러나 마을 뒷산이나 야산의 언저리를 눈여겨보면 찾을 수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인동과(科)의 여러 나무들과는 형제간이다.
괴불나무는 타원형의 평범한 잎사귀를 가지고 있어서 푸름에 파묻혀 있을 때는 다른 나무와 구별하여 골라내기가 어렵다. 이 녀석이 제법 멀리서도 금방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여름날 빨간 열매가 열릴 때다. 푸름이 가시지 않은 싱싱한 잎사귀 사이의 곳곳에서 얼굴을 내미는 열매는 콩알만 한 크기이고, 대체로 쌍쌍이 마주보기로 열린다. 둘이 딱 붙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이좋게 아주 가까운 곳에서 나란하게 달려 있다. 꽃이 필 때의 쌍쌍이 모습 그대로다. 열매는 처음에는 파랗지만 익으면서 차츰 붉음이 진해지고 말랑말랑해진다. 껍질은 얇아서 햇빛이라도 비치면 속이 투명하게 느껴질 정도다.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만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다.
이런 모습들을 두고 옛사람들은 흔히 개불알과 연관시켰다. 꼭 모양이 닮았다기보다는 붉고 둥글며 말랑한 것을 대체로 여름날의 늘어진 개의 불알로 형상화한 것이다. 예를 들어 비슷한 시기에 피는 개불알꽃은 개불알 모양의 홍자색 꽃이 한 개씩 늘어져 핀다. 그래서 쌍을 이뤄 붉은 열매가 열리는 이 나무를 두고 사람들이 ‘개불알나무’라고 부르다가 점차 ‘괴불나무’로 변한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에서는 ‘개불낭’이라고 부르는데, 이 이름이 훨씬 직설적이고 알기도 쉽다. 열매는 장과로 수분이 많아 목마른 산새들의 좋은 먹이가 된다. 그러나 열매에 약하지만 독성이 있어 사람은 먹어서는 안 된다.
괴불나무는 갈잎나무로 키가 4~5미터, 때로는 그 이상까지 자라며 제법 나무의 모습을 갖추고 자란다. 꽃은 흰색으로 무리 지어 피고 향기가 있다. 처음에는 작은 방망이 모양의 꽃봉오리로 짝지어 기다리다가 활짝 피면 좁고 긴 꽃잎이 완전히 뒤로 젖혀지고 긴 암술대와 수술대 끝에는 노란 꽃밥이 얹혀 있어서 작은 나비가 살포시 앉아 있는 듯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흰 꽃은 차츰 노랗게 변한다. 인동덩굴도 마찬가지 모습으로 꽃이 핀다.
괴불나무 무리는 서로 구분이 매우 어려운데, 구별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가지의 골속이 비어 있고 꽃대가 아주 짧으면 괴불나무, 꽃대가 1~2센티미터에 달하는 길이면 각시괴불나무다. 가지의 골속이 차 있고 꽃자루에 꽃이 한 개씩 달리면 댕댕이나무, 꽃자루 하나에 꽃이 두 개씩 달리며 꽃이 잎보다 먼저 피고 연한 홍색이면 올괴불나무, 잎에 털이 전혀 없으면 청괴불나무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