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형 칼럼] 면접의 기술 1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필자에게 알려준 면접 시 주의해서 본다는 사항이다. 필자 역시 기자를 뽑을 때 면접관이 돼본 적이 있는데 훨씬 경험 많은 분들의 고견을 참조하기 위해 늘 인재를 채용하는 위치에 있는 분들을 만나면 이 질문을 하게 된다. '면접의 기술'을 배우자는 취지도 있다.
두산그룹 박용만 부회장에게도 동류의 질문을 던진 적이 있는데 "지금껏 줄잡아 1000명 이상 면접을 한 것 같아요"라는 말로 시작했다. "나는 수험생에게 형제는 몇입니까. 둘째 형은 뭘 하지요? 동생은 여자친구가 있습니까. 혹은 ○○ 씨는 현재의 여자친구를 어떻게 만났는지요? 그런 질문도 포함시킵니다. 답변 내용을 통해 가족 간 대화가 어느 정도인지, 관계가 어떤지 인성(人性)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박 부회장은 덩치가 큰 M&A를 줄줄이 성사시킨 빅샷(big shot)이지만 만나보면 정말이지 부처님 가운데 토막 같은 인상에 입심도 넉넉하다.
"한번은 어떤 여학생이 술장사(주류영업)를 하겠다고 지원했더군요. 그래서 말했지요. 학생, 너무 무모한 도전을 하는 거 아니에요? 술장사는 힘듭니다. 여기 말고 다른 데 지원하지 그래요라고요. 그랬더니 이 학생은 발끈해져서 '베이징에선 떼놈들을 상대로 풀빵장사도 해봤습니다'라고 큰소리를 치는 거예요. 뽑았지요."
위의 두 분에 비해 훨씬 젊은 김남구 한국투자증권 회장에게도 입사 면접담을 들은 일이 있다. "한번은 웬 지방대 출신 학생이 빨간색 옷을 입고 광대처럼 하고 면접장에 나타났더라고요. 자신은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 그런 거는 실력이 없어 못 하고 그저 지방점포에서 고객을 상대로 영업맨을 신나게 해보이겠다며 거의 응원대장처럼 행동하는 겁니다. 이 사람이다 싶더군요."
인간이 받는 스트레스 크기는 1위 배우자의 사망, 2위 직장의 변화, 3위 직계 존속의 사망, 4위 이사 순서라고 어느 심리학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직장을 옮기는 것도 엄청나게 큰 데 취직이 걸려 있는 면접의 관문은 진정 대사(大事)임에 틀림없다. 코흘리개부터 대학 혹은 대학원 졸업까지 20년 이상을 담금질한 파이널 과정, 그 관문만 넘으면 꿈에도 그리던 잡(JOB)을 얻게 된다니… 그러니 떨리지 않는다면 그것은 거짓말일 터. 그러나 떨린다고 떠는 것은 정말로 안 좋다.
정몽윤 현대화재 회장은 "너무 긴장하는 모습을 보면 괜히 자신감이 없어 보여 안 뽑게 된다"고 말한다. 최고로 좋은 것은 그냥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것을 연습하라.
필자는 횡설수설하다가 이 글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놓칠까 두려워 어서 빨리 결론으로 달려가고 싶다.
1. 면접관의 기억에 남을 콘텐츠(contents)를 준비하라.
2. 밝은 기운의 낯빛이 뿜어져 나오게 자신을 평소 가꾸라. 어두운 정신의 화면은 무조건 돌려라.
3. 독불장군은 무조건 아웃이다.
4. 오버하지도 주저하지도 마라.
5. 약점을 스스로 커밍아웃하지 마라.
위의 5가지를 몇 단어로 연결해보면 다음과 같이 될 것이다. 말을 건네보니 왠지 상대를 기분좋게 하는 산뜻한 기운이 감돌고(긍정적 사고) 거기에다 톡톡 튀는 탄력성과 기민함 같은 게 느껴지고(판단력 사고력 ) 몇 마디를 나눠보니 자연스럽고 또렷하게 말하는 품이 신뢰가 가고(자신감), 뭘 부탁하면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들어줄 것 같고 그래서 친구들도 사랑할 것 같은 느낌(협동정신 책임감), 여기에다 인상도 푸짐하고 금방 유머를 쏟아낼 것 같은 분위기라면 더욱 좋겠다. 너무 여러 가지라 헷갈려? 그럼, 그냥 한 문장으로 요악하자. '왠지 상쾌한 사람'이면 OK다.
또 한 가지. 겸손이 지나쳐 괜히 약점이 있는 것처럼 절대로 자기비하를 하지 마라. 대개 임원이며 당신과 한 세대가량 차이가 나는 면접관들은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과 정서적 코드가 안 맞을 수 있다. 그래서 코드를 못 맞춰 결국 당신을 떨어뜨릴 수 있으니까.
위의 5대 사항은 서류전형, 필기시험, 실무자 면접절차 등을 통과한 후의 당신이란 존재다. 그리하여 당신은 이미 수십 혹은 수백 대 1의 좁은 관문을 통과한 자랑스러운 인물이다. 이제부턴 외국유학생 출신이나 SKY대 출신이냐, 필기시험 만점을 받았느냐 등으로 기죽지 마라. 당당하게 자신을 읽게 해주면 당신은 합격이다.
그런데 말이다. 만약 그렇게 했는데도 당신이 면접에 떨어져 도저히 이해를 못 할 일이 생겼다 치자. 그럼 어떡해? 맞다. 그런 일이 있다. 그래도 당신이 좌절해선 안 될 이유가 있다!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