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서
목서는 남부지방의 따뜻한 곳에 주로 심는다. 키가 4~5미터까지 자랄 수 있는 늘푸른나무다. 땅에서부터 많은 줄기가 올라와 타원형의 나무모양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잎은 마주보기로 달리며, 새알 크기에서부터 달걀 크기 정도로 다양하고 가장자리에 물결모양이나 때로는 잔 톱니가 보이기도 한다. 잎은 두껍고 딱딱하기까지 하다.
목서는 봄에서부터 여름에 걸쳐서는 별달리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한다. 가을이 깊어지면 목서는 비로소 자신의 존재가치를 드러낸다. 대부분의 나무들이 한 해를 마무리하고 겨울 준비에 들어가는 늦가을에 목서는 때늦게 꽃을 피우는 탓이다. 잎겨드랑이에 손톱 크기 남짓한 작은 꽃들이 줄줄이 뭉쳐 달린다. 꽃을 피우는 나무가 거의 없는 계절이기도 하지만, 코끝을 스치는 강한 향기는 주위에 목서가 있음을 금방 알아차리게 한다. 가을꽃이 피며 강한 향기가 특징인 목서는 그 자체로도 정원수로서 사랑을 받고, 새싹이 잘 돋아나므로 산울타리로 널리 쓰이는 나무이기도 하다.
우리가 간단히 목서라고 부르는 나무에는 몇 종류가 이름에도 혼란이 있다. 꽃이 하얗게 피는 은목서를 대표로 하여 꽃이 등황색이며, 목서 종류 중에는 향기가 가장 강한 금목서가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가 그냥 목서라고 부를 때는 대부분 은목서를 말한다. 은목서와 금목서는 모두 중국 원산이다. 그 외에 남부지방에서 자라는 구골나무는 목서보다 잎이 작고 더 두꺼우며 새 가지 잎은 날카로운 가시모양이 되기도 한다. 은목서와 구골나무를 교배하여 만들었다고 하는 구골목서도 있다. 그러나 구골목서는 조경업을 하시는 분들 이외에는 인정을 하지 않고 수목도감에도 올라 있지 않다. 구골나무와 구골목서를 같은 나무로 보고 있다. 또 거문도에는 우리나라 특산인 희귀한 박달목서가 지란다. 금목서만 이름 그대로 노란 꽃이고 나머지 목서 종류는 모두 하얀 꽃이 핀다.
옛 시가집을 비롯한 문헌에서도 목서를 찾을 수 있다. 《점필재집(佔畢齋集)》각주[1] , 《완당집(阮堂集)》각주[2] , 《해동역사》 등에 대부분 꽃향기와 관련된 시가(詩歌)가 들어 있다. 《점필재집》에 실린 것으로 보아 15세기 이전부터 목서의 향기는 시인들이 좋아한 것 같다. 이 목서가 우리나라의 구골나무인지, 아니면 중국에서 수입한 은목서인지는 알 길이 없다. 《완당집》 제7권 〈잡저(雜著)〉에는 “넓고 아득한 대지에/비릿한 냄새가 코를 스치네/바로 앞의 묘한 향기는/누구라서 그 신비를 발견하리/목서 향기는 숨길 수가 없네······”라는 시가 실려 있다.
목서는 이렇게 옛 문헌에 목서 자체로도 기록되어 있지만, 계수나무로 표기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목서의 중국 이름은 銀桂(은목서), 刺桂(구골나무), 丹桂(금목서)로서 모두 계수나무란 의미가 들어 있다. 속명 Osmanthus는 향기를 뜻하는 오즘(osm)과 꽃을 말하는 ‘안토스(anthus)’의 합성어로서 ‘꽃에 향기가 있다’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