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화살나무

정성연 2015. 10. 30. 16:51

 

생김새가 특별한 나무는 흔히 약으로 쓰이기 마련인데, 화살나무도 예외가 아니다. 《동의보감》에는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한 배 아픈 것을 낫게 한다. 요사스런 귀신에 홀리고 가위 눌리는 것을 낫게 하며 뱃속에 있는 충을 죽인다. 월경을 잘 통하게 하며 산후의 여러 좋지 않은 증상을 멎게 한다”라고 했다. 또 코르크 날개는 “태워서 좋지 못한 기운을 없애는 데 썼다”고 한다. 《동의보감》에 적힌 우리말 이름은 ‘보대회나무’, 《물명고》에는 ‘횟닙나무’라고 표기했다. 어원은 알 수 없으나 ‘회’가 본래의 이름으로 생각되며, 화살나무는 근세에 들어와 분류체계에 따라 식물 이름을 정비할 때 새로 붙인 이름으로 보인다.

화살나무는 사람 키 남짓한 작은 나무이며 전국 어디에서나 자란다. 숲에서 만나기도 하지만 정원수로 더 흔히 볼 수 있다. 봄에 손톱만 한 연한 녹색의 꽃이 핀다. 코르크 날개가 달린다는 것 외에 별다른 특징 없이 여름을 넘기고 가을에 들어섰을 때야 비로소 화살나무의 존재를 알아차리게 된다. 열매와 단풍이 특별해서다. 꽃자리에 달렸던 열매는 껍질이 벌어지면서 주홍빛의 동그란 씨가 쏙 나온다. 표면이 매끄러워 마치 루비 알 같은 빛을 내어 우리의 눈을 사로잡는다. 아울러서 달걀 크기의 잎사귀도 붉게 물들기 시작한다. 가을이 짙어지면서 화살나무 단풍은 천천히 거의 동시에 빨갛게 물든다. 화살나무 단풍의 아름다움을 따라갈 나무도 흔치 않다. 일본인들은 화살나무와 단풍나무, 그리고 은방울꽃나무각주[1] 를 ‘세계 3대 단풍나무’라고 부른다.

화살나무는 비슷한 종류가 여럿 있다. 회잎나무는 화살나무와 거의 같으나 날개가 없고, 참회나무는 열매가 둥글고 다섯 개의 능선으로 갈라지며, 회나무는 다섯 개의 아주 짧은 날개만 있다. 나래회나무는 열매에 네 개의 긴 날개가 달리고 끝이 약간 휘어 있다. 참빗살나무는 줄기둘레가 70~80센티미터까지 자라는 중간 키 나무로, 열매에 네 개의 능선이 있으나 거의 벌어지지 않는다. 늘푸른나무인 사철나무도 화살나무와 형제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