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연 2013. 5. 30. 14:34

인삼이 건강에 좋다는 건 너무나 잘 알려진 얘기다.

예부터 인삼은 원기(元氣)를 크게 보(補)해준다고 하여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매우 귀하게 여겨졌다. 원기를 보하니 모든 병에 다 효험이 있으리란 인식도 생겼다. 이런 인식은 유럽에도 전해져 인삼의 학명은 만병통치약이란 뜻의 파낙스 진셍(Panax ginseng C. A. Meyer)이 되었다.


18세기 프랑스의 계몽주의 사상가 루소나 20세기초 러시아의 소설가 고리키 같은 이들도 인삼을 애용했으며,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나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도 인삼을 각별히 여겼을 정도다.

인삼의 효험이 이렇게 널리 알려져 있어서 일반인들은 굳이 한의사의 진단을 받지 않고 인삼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각종 인터넷 쇼핑몰에서 십전대보탕이나 경옥고 같이 인삼을 포함한 보약들을 싼 값에 판매하고 있어 한의사를 거치는 경우는 더욱 줄어든다.


그러나 인삼은 건장한 사람이 복용할 경우 두통이나 코피, 고혈압 등의 유해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할 필요가 있다. 한의사 이상곤 원장(전 대구한의대 교수)은 종기로 생사를 넘나들던 정조에게 인삼이 포함된 경옥고를 처방해 죽음이 앞당겨졌다고 주장한다. 인삼을 함부로 남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본 에도시대의 명의 요시마스 토도는 인삼에 대해 혁명적인 견해를 제시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에 따르면 인삼은 보기약이 아니라 심하비경(心下痞硬)을 치료하는 약물이다. 심하비경이란 명치와 배꼽 사이 중간부분이 복부의 다른 부분보다 단단하면서 막혀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을 말한다.

이같은 증상이 복통이나 식욕부진, 구토, 군침이 괴는 것 등과 함께 나타날 경우에만 인삼을 써야 좋은 효과가 나타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때 약효가 좋은 인삼은 고려인삼이 아니라 쓴맛이 강한 일본 죽절인삼이라는 것도 새롭다.

최근 토도의 주장을 발전시켜 임상에 구체적으로 적용시킨 사람은 한의사 조성 원장을 필두로 한 젊은 한의사들이다. 일반적으로 시판되는 인삼은 단맛이 강한 인삼의 몸통부분이다.

그러나 조 원장은 쓴맛이 강한 미삼(尾蔘), 그러니까 인삼의 잔뿌리(세근)와 다리(지근) 부분을 복용해야 심하비경과 함께 여러 소화기 증상이 치료된다고 주장한다.

또 흔히 알려졌듯이 6년근 인삼이 아니라 쓴맛이 남아있는 3~4년근의 약효가 뛰어나다고 한다.

인삼은 특별한 진단 없이 복용해도 어느 정도의 효과를 얻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전문가에게 문의한 뒤 뚜렷한 목표를 잡고 복용하면 부작용도 피하고 더욱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사진출처: 한국인삼공사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