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이야기

중국환율

정성연 2019. 8. 8. 09:15

얼마 전에 읽어봤던 박종훈씨의 책 "2020 부의 지각변동" 책을 정리하면서 기록장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박종훈씨는 팟캐스트 신과함께에 두번 출연하셨는데, 두 번 모두 이 책에 나오는 내용들을 정말 알기 쉽고 재미있게 입담을 풀어서 하나하나 설명해 주셔서 좋더군요. 앞으로도 출연을 하면 꼭 놓치지 않고 들어볼 생각입니다. 여담인데, 이 책을 집필하기 시작한게 2014년인데, 그 때부터 생각하던 책의 제목이 "시그널"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피파 맘그렌이 같은 제목으로 책을 먼저 써서 어쩔 수 없이 복잡한 제목을 달았다고 하는데, 두 책을 연달아 읽어본 저로서는 시그널이라는 제목에 정말 어울리는 책은 단연 박종훈씨의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서 단연 가장 생각해가며 읽어야 하는 부분은 환율 시그널에 대해 다루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주목해야 하는 건 중국 위안화가 매우 고평가 되어있다는 현황입니다. 트럼프가 중국에게 위안화 가치를 올리라고 압박하지만, 정작 지난 15년동안 위안화가치는 달러 대비 23%나 오른 상태입니다. 물가까지 감안한 실질실효환율(real effective exchange rate for china)은 1994년에서 2018년 사이 두배나 올랐습니다. 


이건 일반적인 경제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현상입니다. 그동안 중국이 인플레이션으로 크게 고통받고 있는 중인데도 돈가치가 떨어지기는 커녕 올라가고 있다는건 중국정부가 목숨을 걸고 인위적으로 통화가치를 방어해왔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이렇게 위안화 가치가 오르다 보니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보조금이 없이는 더이상 수출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인데도 위안화가치는 계속 방어되고 있습니다.


현재 위안화 가치가 비정상적으로 절상된 상태라는 걸 사람들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당장 중국인이 해외여행을 가면 닥치는대로 쇼핑에 열을 올린다는 사실만 곰곰히 생각해봐도 위안화가치가 낮아진 상태라면 그런 행태를 벌릴수 없다는 걸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시장경제의 원리를 거스르면서까지 중국 금융당국이 위안화가치를 방어하고 있는 이유는 어디 있을까요? 그것은 다름아닌 달러화로 표시된 부채와 중국내 투자유치의 규모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위안화가치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신호가 경제주체들에게 포착된다면, 투자된 달러자금은 일시에 빠져나갈 것이며(중국정부가 아무리 규제하려 해도 꼼수는 어디에나 존재합니다.), 기업들이 빌려쓴 막대한 달러화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단번에 외환위기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런 패닉이 수출경쟁력의 고사보다도 더 무섭기 때문에 환율개입을 하는 것이지, 미국의 정치권의 압력 때문에 위안화 가치를 방어하는게 아닙니다. 결국, 언제든 이 둑은 무너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위안화 약세(달러화 강세의 반작용이긴 하지만)기조는 충분히 관심을 가져야 할 가치가 있는 현상이라고 봅니다.


문제는, 그렇게 중국의 위안화 약세가 심해질 경우 우리나라는 곧바로 원화약세를 초래한다는 사실입니다. 올해 들어 원화와 위안화가 서로 동조되는 현상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이유는 2017년의 반도체 슈퍼싸이클로 인해 달러가 쏟아져들어오던 영향으로 원화강세가 심해져서 반도체(정확히는 삼성-하이닉스) 외의 다른 수출기업들의 경영이 악화되던게 이제 반도체 실적의 둔화로 인해 크게 두드러져서 나타나게 된 겁니다. 여기에 더해 중국까지 흔들리면, 중국을 보고 대체투자처로 우리나라에 투자되었던 자금까지 빠져나가 환율이 더 오르게 될 수도 있을 겁니다.


반면, 다른 전문가들은 오히려 원화가치가 더 오를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합니다. 2020년부터 생산연령 인구가 크게 줄어들기 시작하면, 경기가 본격적으로 둔화되면서 "불황형 흑자"에 돌입되어 원화가치가 더 올라갈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일본이 1989년 버블이 붕괴된 이후 장기불황에 빠지면서 오히려 엔화가치가 2배 가까이 급등했던 현상을 염두에 둔 전망입니다.  물론, 일본처럼 2배 가까이 상승하기는 어렵죠. 일본은 엔캐리 자금이 유입되어서 엔화급등의 폭이 훨씬 더 컸었지만, 원화는 그럴 일이 없으니까요.


책에서는 이렇게 위안화와 원화에 대해서만 쓰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위안화는 앞으로 크게 떨어지는지를 잘 봐야 하고, 원화는 상승할 것인지 하락할 것인지의 방향성을 유의해서 원화가치 하락기조에는 수출주에 투자를, 상승기조에는 이에 대처하기 위한 금리인하가 필연적으로 뒤따를테니 저금리-마이너스금리 상황을 상정한 채권투자를 생각해봐야 할겁니다. 그래서 저도 앞으로 수출주에 주목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렇지만, 세계경제에서 정말 중요한 건 달러화 가치겠지요.


저는 지금의 달러화가치가 지나치게 절상되있는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2017년도에는 원화와 위안화가 확실하게 세계 톱급으로 절상되있는 상태였던 반면, 달러화는 상위권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달러화가 세계적으로 톱에 준하는 급으로 절상된 상태입니다. 이제 올해가 지나고 2020년이 되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상황은 정말 드라마틱하게 변할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어느쪽으로 달려가느냐는 방향성만 중요한게 아니라 왜 그런 추세를 만들게 되었는가를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겠죠. 


주식을 시작한 작년 5월부터 누적 수익률이 지지난 달까지만 해도 40%까지 갔다가 이제는 10%까지 급전직하한 상황이라 마인드를 추스리기도 버겁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 정신 차리고 멀리 보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거대한 파도는 잘 보이지도 않는 저 멀리에서부터 충분히 시간을 두고 덮쳐오기 때문이죠. 최근 나온 경제의 미래에 대해 쓴 책들 중에서는 단연 박종훈씨가 쓴 이 책 "2020 부의 지각변동"을 추천합니다. 



인민銀, 11년만에 포치(破七) 고시… 위안화 끌어내려 美 관세공격 맞서



미·중 무역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11년여 만에 공식적인 포치(破七) 시대를 열었다. 7이 무너진다는 뜻의 포치는 위안화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서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에 대해 중국이 포치로 응수하면서 두 경제 대국 간 무역 전쟁은 환율 전쟁으로 확전될 전망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8일 달러당 위안화 기준 환율을 전날보다 0.06% 올린(위안화 가치 하락) 7.0039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미 외환시장에서는 지난 5일부터 위안화 환율이 7위안대로 올라왔지만, 중국 인민은행이 고시하는 기준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인 2008년 5월 이후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과 중국은 위안화 가치를 놓고 오랜 기간 날 선 공방을 벌여왔지만 위안화 환율이 7위안을 넘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2017년 초 위안화 환율이 급등(가치 하락)해 7위안 선에 근접했을 때는 중국 정부가 외환 보유액을 쏟아부어가며 7위안 돌파를 막기도 했다. 그랬던 중국 정부가 급기야 포치를 용인한 것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이자,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조치의 충격을 줄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중국이 수출하는 제품 가격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반대로 외국인 자본이 중국에서 빠르게 빠져나가고 주가가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의 불안을 부추길 수 있다.

11년 만에 다시 찾아온 포치 시대는 한국에도 충격을 안길 전망이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원화 환율이 위안화 환율을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 당분간 원화가 더 약세(환율 상승)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5.75원 내린 1209.15원에 거래를 마쳐 큰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